Culture & Book/내가 읽은 그 책

[책 리뷰 / 김홍모] 빗창_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쿵야085 2020. 4. 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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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김홍모] 빗창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도서명 ㅣ 빗창
저   자 ㅣ 김홍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출판사 ㅣ 창비
출판일 ㅣ 2020.04.03
페이지 ㅣ 248

 

목차

기획의 말 | 어제의 이야기가 내일의 희망이 되기를

1부 잠수들
2부 봉화
3부 그 꿈들

작품 해설 | 제주해녀항일운동과 제주4‧3
제주4‧3 희생자 분포 지도
감수 및 참고문헌

 

l 빗창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처음 만나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저는 제주 4.3 사건에 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이 없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근현대사의 민주화운동에 관해서는 배우지도 못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제주 4.3 사건과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은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다루기는 힘들었던 주제였던 거 같습니다. 

 

지금 제주 4.3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건'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제주 4.3 사건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사건이라는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거북스러운 느낌에 앞으로는 사건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제주 4.3 ,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몰라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런 것들보다 수학공식 하나, 영어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중요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빗창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하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것들이 위의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빗창은 해녀들이 사용하는 전통 채취 어구입니다. 

 

출처 : 제주대학교박물관

빗창이란

빗창은 전복을 따는 도구이다. 쇠로 만들며, 대개 길이 30㎝, 넓이 3㎝ 정도의 길쭉한 모양이다. 전복을 뜨는 끝은 약간 뾰족하고 손잡이부분 끝에는 손목에 낄 수 있도록 고무줄을 달았다. 해녀는 바위에 붙은 전복을 밑 부분에 재빠르게 빗창의 날을 집어넣어 들면서 채취한다. 흑산도, 완도지역에서는 전복뿐만 아니라 홍합을 따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비창’(완도), ‘빈창’(흑산도)이라고도 부른다.
- 네이버 지식백과- 

이 책에서 빗창은 해녀들이 살아가는 생존의 도구이자 일본에 대한 저항, 그리고 남과 북으로 갈려 버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대립에 대한 저항의 도구로도 쓰입니다. 해녀들에게 빗창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독립을 할 수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저항의식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됩니다. 

 

ㅣ 철저한 고증을 위한 작가의 노력

이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주석이 달려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제주 방언을 현지 그대로 살리고 위해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 시절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제주 방언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려고 한 노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만화를 그린 김홍모 만화가님은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제주로 이사 가서 살았다고 합니다. 허투루 이 만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김홍모 만화가

김홍모 만화가 인터뷰 내용

"당시 제주도민이 30만 명인데 3만 명의 도민이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왜 그래야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제주도민들이 해방정국에서 어떤 세상을 꿈꿨길래 그렇게 잔인한 탄압, 학살을 당했는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다" 


 "빗창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전복을 따는 도구이다. 그게 항쟁의 도구로도 쓰였다. 이 빗창이 해녀라는 생각이 들어서 빗창을 후대에 물려주면서 그 시대의 강인함, 해녀 정신을 계속 이어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은 남성의 서사가 중심입니다. ‘여성이 많고 활발히 활동하는 제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고 살펴보다가 일제강점기 여성 1만 7000명이 참여했던, 세계사에서도 드문 큰 규모의 여성 항쟁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시 해녀들이 전복 등을 따는 데 쓰는 도구인 ‘빗창’을 들고 제주도지사 차에 올라 항거했던 데에서 착안해 제목도 <빗창>으로 지었습니다. 여성을 4·3의 피해자가 아니라 주체로 그려내려 한 거죠.”

사실 처음에는 이 만화의 그림체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만화의 그림체가 정이가고 이 그림체로 표현하는 아픈 과거가 더 저민 듯이 다가왔습니다. 

 

ㅣ 우리와 같이 행복을 그리는 해녀

이 만화책에 나오는 해녀들이 엄청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냥 우리처럼 평범하게 본인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행복만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본인이 일한 만큼 돌려받는 세상, 남녀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당연한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 일제시대에는 독립을 바랐고, 남북 대립이 심했던 독립 이후에는 더 이상의 대립이 아닌 하나 된 대한민국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들의 사소하지만 큰 바람 때문에 심한 탄압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ㅣ 희와 비가 있는 제주 4.3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독립을 했다고 해녀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그려낸 장면과 마지막으로 제주 4.3으로 인해서 모두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보며 정말 극과 극의 희비가 갈리며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토록 오래도록 바라왔던 독립이었고, 그런 독립이 왔기에 모두가 더 행복해질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대립되는 사상으로 인해 분단이 되어 버린 상황. 

 

이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보지 않고 다시 한번 더 세상을 바뀌기 위해서 일어난 제주 해녀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ㅣ 제주도 전체가 참여한 희생

희생자의 소재지를 제주도 전체로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제주도 전체가 하나 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 4.3

제주 4.3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여 동안 제주도에서 발생한 시위와 경찰 간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1947년 3월 1일, 3.1 운동 28주기 기념행사 중 기마경찰의 말에 어린아이가 치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미들이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민간인에 발포했고 6명이 사망했다. 제주도 전역에서 이 사건에 항의하는 민·관 총파업이 이어졌고, 미군정은 서북청년회 등을 투입해 검거 작전을 수행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은 경찰과 서청의 탄압 중지, 단선·단정 반대, 통일정부 수립 촉구 등을 내세우며 무장봉기했다. 당국은 강도 높은 진압 작전을 펼쳤고, 1948년 한 해 동안 약 1만 5천 명의 주민이 희생당하고, 수십 개 마을이 불에 타 사라졌다.

ㅣ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작가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에는 김홍모[빗창] 제주 4.3 , 윤태호[사일구] 4.19혁명 , 마영신[아무리 얘기해도] 5.18민주화운동, 유승하[1987그날] 6.10민주항쟁까지 만화가 네 분이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근대 민주화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네 장면을 다룬 만화. 만화가 분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 만화에 참여를 했을지도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만화이기 때문에 이 근대 민주화운동을 모르는 저 같은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알게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중요한 일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서 참여하신 만화 작가분들께 독자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ㅣ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제주 4.3이 일어난 지 아직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태어나신 분이 아직도 살아계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일이기에 우리는 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를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알고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 스스로가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 누군가에 의해서 지켜진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누군가 현재의 정의를 파괴하려고 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을 살아갈 누군가를 위해서 우리를 희생하고 지금의 정의를 더 지켜나가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과거의 조상들이 우리를 위한 희생한 정의라고 생각이 듭니다. 

빗창
국내도서
저자 :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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