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Book/내가 읽은 그 책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_책 리뷰_건축으로 보는 삶의 역사

쿵야085 2021. 10.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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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책 리뷰_건축으로 보는 삶의 역사

 

도서명 l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부 제  ㅣ김봉렬의 건축 인문학
저 자  ㅣ김봉렬
출판사 ㅣ플레져미디어
출판일 ㅣ2021.09.08
페이지 ㅣ320

 

 

 

저자 소개

 

저자 : 김봉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공학박사, 영국 AAA SCHOOL에서 공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냈고, 동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 역사 연구와 설계 작업을 병행하며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선 시대 사찰 건축의 전각 구성과 배치 형식 연구」 「고운사 건축의 집합 구조 연구」 등 3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1, 2』 『김봉렬의 한국 건축 이야기 1, 2, 3』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20대에 집필한 첫 책 『한국의 건축 - 전통건축 편』은 교토에서 일본어판으로 출간되었고, 『THE SECRET SPIRIT OF KOREAN ARCHITECTURE』는 런던 SAFFRON BOOKS에서 출간되어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의 책 100권’으로 선정되었다. 〈현대중공업 울산 영빈관〉 〈아모레퍼시픽 기업 추모관〉 〈애양원 치유의 숲〉 등 여러 작품이 있다.

 

목 차

고인돌(고조선) ─ 원시 예술이 쌓아 올린 돌의 미학
국내성 장군총(고구려) ─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 기술
집 모양 토기(가야) ─ 높아서 신성하고 낮아서 편리하다
익산 백제 유적(백제) ─ 로맨티시스트 무왕의 왕궁과 사찰
경주 황룡사지(고신라) ─ 흔들리는 신라의 정교 일체 랜드마크
구례 화엄사(신라) ─ 통일 시대, 대통합의 화엄도량
파주 혜음원지(고려) ─ 고려 국왕이 머무른 왕립호텔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고려) ─ 건축 황금시대의 수학적 미학
공주 마곡사(고려) ─ 입체미 입은 신사
궁정 건축가 박자청(조선 전기) ─ 도시를 읽다, 한양을 짓다
남원 광한루원(조선 전기) ─ 로맨스 꽃피는 달의 궁전
안동 임청각(조선 전기) ─ 고려 전통의 한옥, 보수 속에서 혁신하다
봉화 충재와 청암정(조선 전기) ─ 선비의 빈집, 대부의 정원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조선 중기) ─ 도 깨치는 전각과 자연 담는 누각
울산 서생포왜성(조선 중기) ─ 이 땅에 새겨진 임진왜란의 상흔
광주 남한산성(조선 중기) ─ 일상 품은 읍성, 일상 지킨 도성
화천 화음동 정사와 곡운구곡(조선 중기) ─ 굴곡진 인간사도 흘러가는 별천지
영천 매산고택(조선 후기) ─ 조선 선비의 자가 격리
구례 운조루(조선 후기) ─ 집 그림에 담긴 한옥의 이상향
창덕궁 연경당(조선 후기) ─ 효명세자의 예악 정치와 궁중 극장
성공회 강화성당(조선 후기) ─ 눈물의 섬에 띄운 서도 동기의 방주
구 서울역사(일제 강점기) ─ 구보 씨의 경성과 타자의 건축
여수 애양원(일제 강점기) ─ 기억하라 존중하라 치유하라
제주 알뜨르 비행장(일제 강점기) ─ 무모한 일제의 광란, 그 치욕의 유산
서울 세운상가(대한민국) ─ 굴곡졌던 어제, 혼란스러운 오늘, 다시 세운 내일
서울 절두산 성당(대한민국) ─ 전통 문법과 독한 모더니즘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대한민국) ─ 불시착한 유에프오인가, 새로운 우주인가
군위 사유원(대한민국) ─ 건축의 근본을 다시 묻다

 

 

ㅣ 건축이 알려주는 시간의 이야기

어렸을 적부터 유명 건축물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건축물이라는 것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의도로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까라고 상상하는 과정이 너무 즐겁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오래된 건축물들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거나, 그 시대의 다양한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무생물의 건축물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건축의 시간은 정말 오래된 무덤부터 궁궐, 사찰, 서원, 정원, 주택, 성곽 그리고 건축가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또한 근현대는 교회, 요양소, 군사 시설, 상가, 문화 시설 그리고 소설까지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대를 펼치고 건축도 다양하지만 어떤 통일된 주제를 다루지도, 서로를 비교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시대의 개별 건축이 형상화된 개념과 사유들을 추적하고, 그 배후의 사회적 역사적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한다면 내가 원하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목차에서 골라서 읽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원하는 시대의 건축물들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골라 읽다 보면 언젠가 이 책의 모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다 읽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ㅣ 나는 궁궐 마니아!

저는 궁궐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궁궐이라는 것은 그 시대에 왕이 사는 곳으로 가장 웅장하고 가장 아름답고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느 건축물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고, 또한 그 시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서 가장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궐을 보고 있으면 웅장함에 압도되거나, 디테일하게 신경 쓴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는 합니다. 이 책에도 당연히 빠져서는 안 될 건축물로 궁궐이 있는데요. 하지만 그 궁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궁궐을 누가 설계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창덕궁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창덕궁을 아름다움에만 관심을 가졌지 누가 설계했는지에 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궁을 누군가 한 사람이 설계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거 같습니다.

 

창덕궁의 설계자는 박자청이라고 합니다. 태종은 한양 환도를 결정하면서 박자청에게 새 왕궁인 창덕궁 건립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창덕 궁터는 앞을 이미 종묘가 가로막고 있었고, 뒤는 응봉에서 내려오는 경사지였다고 합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궁궐을 짓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까다로운 곳이었다고 합니다. 박자청은 궁궐의 정문을 서쪽 끝에 두어 종묘를 피하게 하고 , 두 번을 꺾어 들어가야 정전인 인정전에 이르도록 하면서 창덕 궁터의 도시적, 지형적 한계를 오히려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박자청이 단순히 설계자를 넘어서 지형적인 요소를 얼마나 고려하고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창덕궁은 건물들의 자연스러운 배치와 인간적인 공간들 덕분에 법궁이 경복궁을 제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자연 지형과 도시 맥락을 해석해 창의성을 발휘한 박자청의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ㅣ 내 고향 울산의 왜성

울산에 살면서 울산에는 특별한 역사의 건축물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적인 도시인 경주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문화적인 건축물이 없음에 관해서 조금 아쉬웠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의 시간'이란 책을 통해 울산에도 역사적인 건축물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은 수백만 명이 학살되고 전 국토가 황폐해진 역사상 최대의 외침이었습니다. 7년간의 침략 전쟁은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보다 훨씬 처절한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동남해안에 남겨진 왜성들은 그 참혹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토 기요마사가 1952년 4월부터 1593년에 걸쳐 축조한 서생포왜성은 한반도에 현존하는 30여 왜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비교적 원형을 온전히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왜성의 존재는 과거 일본의 야수적 침략을 , 그 낯선 형태는 봉건적 호전성을 기억하게 한다. 

 

 

서생포왜성은 울산시 서생면 서생리의 배산임해의 요충지로 원래 조선 수군의 만호진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종전 후 조선 수군은 왜성을 접수해 서생포진을 설치하고 조선말까지 군사 가지로 활용했습니다. 현재는 왜군들이 설치한 지상 건물은 사라지고 지금은 성벽만 남아 있지만, 일본 성곽 특유의 지형 이용법과 공간 기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왜성을 지었던 가토 기요마사는 자신의 영지에 구마모토성을 축성했었는데요. 일본인들은 이 성을 오사카, 나고야와 함께 이본의 3 대성이라 하고, 가토를 축성의 달인으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생포왜성과 울산왜성의 경험을 살리고 조선의 성들을 공격하면서 얻은 지식을 더했는데요. 건물 바닥에 까는 다다미를 유사시 먹을 수 있도록 토란 줄기로 엮었고, 성안에 우물을 12개나 팠다고 합니다. 울산성전투에서 겪었던 처참한 트라우마 때문이라 합니다.

 

서생포왜성이나 일본은 구마모토성은 방어를 위한 성곽 기능에 충실하게 계획되었는데요. 이 건축물들이 매우 낯설게 보이는 까닭이 지켜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무엇인가 모를 여운이 남는 거 같습니다. 

 

 

ㅣ 고인돌부터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까지

우리나라에 살면서 특별히 봐야 할 건축물은 왕궁이나, 절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습니다. 해외처럼 유명한 건축물이나, 도시의 유명한 인프라 시설이 없다는 것에 관한 아쉬움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건축물에 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조선부터 지금의 대한민국까지 오래도록 한 영토에서 살아가면서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건축물이 충분히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건축물에 관해서 조금 관심을 덜 가졌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좋았던 것은 단순히 그 건축물의 외형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이후에 미친 영향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과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건축물은 누가 만들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우리의 선조 중 누군가 만들었으라고 생각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누가 만들었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여기에 소개된 건축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이 책에서 소개된 건축물을 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관심 있게 그리고 그 배경에 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거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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