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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생각_프롤로그] 일은 왜 해야 하는가?

쿵야085 2021. 7.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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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생각_프롤로그]

일은 왜 해야 하는가?

1. 나에게 말할 자격은 있는가?

아마도 지금 당장 내일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굶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 내가 하려는 사치 같은 말(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은 하지 않았을 거라 걸 미리 말해두고 싶다. 

솔직히 말해에서 일은 왜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건, 지금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쌀이 없어 배고픈 사람들에게 쌀이 없으면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지 않냐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 여기서 일의 정의란 직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월급을 받기로 계약하고 주어진 과제를 반복하는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나쁜 의도로 쓰는 글이 아닌 것에 관한 명분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5월에 퇴사를 하면서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아주 잠시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고 그런 생각들과 퇴사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아주 단순한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도 아니고, 일을 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에 대해서 명확하고 주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 글도 아니다. 그냥 단순히 살아오면서 생긴 나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과 생각을 정리하는 글임을 밝힌다. 

 

추가로 내가 말하고 싶은 일은 직업의 의미로도 말하려고 한다. 

일은 왜 해야 하는가? = 직업은 왜 가져야 하는가? 

라는 말로 넓은 범위에서 말하고 싶다.

2. 나에게 일은 무엇이었는가?


오래도록 기획이란 일을 하다 보면 생기는 직업병 같은 것이 있는데, 특정한 단어에 관해서 생각하다 보면 꼭 사전적인 의미에서 내가 이해하는 의미와 사전적 의미가 정말 맞는지에 관해서 찾아보게 된다. 

이는 사전적 의미를 내가 잘못 파악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잘못된 뜻을 전달하지 않기 위함이 있고, 사전적 의미를 내가 잘못 알고 있어서 잘못된 지식을 알고 있는 것에 관한 쪽팔림을 회피하고 싶은 수단 중의 하나이다. 

 

'일'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명사]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

 

'일'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으니 연관검색어처럼 '직업'도 찾아보자

 

「명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업, 직

 

'일'과 '직업'을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대가를 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갖게 되고, 그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사전적 의미가 아닌, 온전히 나만의 전혀 검증되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은 마음이 따라가는 단어로써의 '일'과 '직업'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일'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양심과 같은 것'이고 '직업'은 '그 최소한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양심을 위해서 일은 해야 하지만, 내가 아닌 남들이 나를 바라봤을 때 조금은 뽀대는 있어 보였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직업에 대한 열망이 항상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나에게 일은 살아가기 위한 생계를 위한 부분이 일정 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겠지만은 그보다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연봉 높은 일' , '전문성 있어 보이는 일' 등의 남들이 들었을 때 좋아 보이는 걸 하고 싶다가 더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은 내가 하는 것이고 직업은 내가 갖는 것인데, 왜 나는 일을 하는 것에도 직업을 갖는 것에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과 가치를 더 신경 쓰게 된 것일까?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른 파트에서 다시 한번 더 다뤄보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 

3. 일은 왜 해야 하는가?

이제 제목에서 말했던 일은 왜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말해보려고 하다. 

 

이 질문을 제목에서 던진 이유는 내가 '일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도 이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전에 마음속으로 했던 고민을 글을 쓰면서 더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내 마음속에 숨어 있고 싶었던 진실 혹은 답이 툭 하고 튀어나와 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의 8년 전 과거에도 나는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생계 이외에 특별히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당시에 나는 내 동기들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취업을 하게 되었고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취업을 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일 자체를 하게 됨을 감사했었다. 

 

실제로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무슨 일이든 빨리 일을 찾아서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본질적인 이유는 아래의 이유였다고 생각이 된다. 

 

'남들은 모두 취업을 하고 있는데 나는 못하고 있는 상황의 쪽팔림'

 

집에서 받았던 용돈으로는 사회인의 구실을 하기 힘들어 보였고,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취업을 했고, 특히 부모님이 나에게 보내주는 생활비 때문에 고생을 하시는데, 오직 나의 이기주의로 나만을 생각하며 하고 싶은 대외활동 혹은 취미, 여가 생활 같은 것들을 하고 있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많은 돈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정말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생활비에 약간의 용돈을 받았던 거 같다. 물론 이것도 못 받아서 힘든 사람이 많은 걸로 알기에 이런 말 조차도 누군가에게 사치가 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시간은 흘러 흘러 일을 해야 되는 시기가 왔는데도 누구나 말하는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일을 하지 못했고, 후배들과 선배들, 지인들은 취업을 했냐는 질문들을 만날 때마다 쏟아냈다. 사지 멀쩡해 보이고 나름 열심히 살았던 거 같은데, 뭐 하길래 왜 아직 취업을 못했냐는듯한 그들의 물음에 나 자신이 작아지고 작아졌던 시기였다.

그런 순간에 아는 동생의 추천으로 취업하게 된 직장에서 첫 일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따위의 생각보다는 더 늦기 전에 첫 사회생활의 시작과 일을 시작하게 된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 외에는 없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이후에 일을 왜 해야 하느냐에 관한 물음 따위는 내면에서 거의 없었다.

 

다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나에게 일이라는 것이 생계의 단계를 넘어섰고, 또한 생계를 위한 것으로 단정 지어서 생각하기에는 동기부여가 많이 부족해졌기에 과거에 하지 못했던 고민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와는 다른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분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 거 같다는 위기감도 살짝살짝 들었다. 

이건 그냥 태생적으로 매사에 걱정이 많기 때문에 생긴 병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고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할 때 이 고민의 답이 없다면 매번 '흘러 흘러' 어떤 곳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쓸 글에는 '일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다양한 일, 직업, 이직 등의 다양한 고민들과 함께 하면서 답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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